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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컬렉션과 신화가 된 화가들 / 대전시립미술관 전시회 리뷰

란가 2023. 7. 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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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에만 전시회를 가는 나

 

일정 : 2023년 6월 27일 ~ 2023년 9월 10일
장소 : 대전시립미술관 1 전시실, 2 전시실
시간 : 3월 ~ 10월 10:00 ~ 19:00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10:00 ~ 21:00,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
          11월 ~ 2월 10:00 ~ 18:00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10:00 ~ 20:00,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
관람비용 : 성인 500원, 어린이 및 청소년 300원
홈페이지 : https://www.daejeon.go.kr/dma/index.do

 
 

국립 현대 미술관과 협업해서 개최된 《이건희 컬렉션과 신화가 된 화가들》
바로 사전 예약해서 보러 갔다. 
이 전시는 사전 예약을 한 다음에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데 지금은 거의 다 마감된 상태라서 아직 사전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취소표를 구해야 할 것 같다. 
예약 시간 20분 후에도 오지 않은 사람들의 티켓도 자동으로 취소표가 된다고 하니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혹시 모르니 사전 예약 링크 첨부!

네이버 예약 :: 대전시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과 신화가 된 화가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 협력망 사업의 일환으로 '이건희 컬렉션'을 중심으로 양질의 한국미술을 소개하고 시민 문화향유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합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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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8일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은 그의 수집품 중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천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그리고 지역의 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그중 일부를 이번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책자

미술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가서 얻은 것 하나도 없이 돌아올까 봐 걱정했는데
미술관에서 팸플릿과 책자를 준비해 주셔서 좀 안심이 되었다. 
 
 

1. 이건희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근현대 미술품 중 1930년대 제작된 이인성의 <원두막이 있는 풍경에서>에서 2005년에 제작된 강요배의 <억새꽃>까지 한국근현대미술전반을 아우르는 38점을 전시한다. 
 이 수작들을 통해 전통회화의 계승과 발전, 서양미술의 수용과 새로운 표현양식, 그리고 도전적인 실험정신으로 미술의 영역이 확산되어 가는 한국근형대미술의 양상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lt;어락&gt; 1968, 종이에 수묵채색, 8폭 병풍

전시실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소정 변관식의 '어락'
구도의 조형적 변주와 넓은 시야, 먹의 농담을 활용한 필법 등을 통해 고유의 자연관을 표현했다. 
원래 알고 있었던 수묵화에 정교함과 생동감이 추가된 느낌이 들었다.
물고기들이 펄떡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lt;송청&gt; 1957, 종이에 수묵

다음은 심산 노수현의 '송청'
자신의 정신세계를 반영한 이상적인 산수화를 제작하며 전통의 현대적 계승을 보여주었다. 
흰 종이에 검은 먹으로 그림을 그린 건데 오히려 흰색을 칠한 기분이 든다.
분명 평면인데 입체감이 들어서 한동안 보고 있었다.
 

&lt;밤새&gt; 1974, 종이에 수묵채색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특정한 조형 이념에 구속되지 않는 작가로 평가받는 운보 김기창의 '밤새'
현대적인 한국화의 새로운 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 
확실히 색도 다양하고 위의 수묵화 보다 약간은 투박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왠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lt;장승2&gt; 1985, 종이에 수묵채색

내고 박생광의 '장승 2'
개성 있는 화풍을 통해 채색화단의 지평을 확장한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장승'이란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인 조형성으로 재해석한 그의 화풍의 한국 채색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수묵화라고 할지라도 화려할 수 있다는 것을 한 방에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왼쪽 아래의 도장처럼 보이는 녹색의 '광생박'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천하대장군이랑 지하여장군 아닌가? 왜 둘 다 천하일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lt;작품&gt; 1971, 캔버스에 털실, 스테인리스 스틸

우향 박래현의 '작품'
서구 모더니즘과 한국화의 결합을 통해 독자적인 양식을 확립한 작가이다. 
미국에 체류하며 태피스트리, 판화 등의 기법을 이용하여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하는데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검은색 털실 안에 원형의 스테인리스를 수직으로 배치해 차가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한국화라고 하지 않았으면 전혀 몰랐을 것 같을 정도로 현대적이고 서양적?이라고 느껴졌다. 
나는 검은색 털실이 먼저 눈에 들어와서 스틸을 따뜻하게 감싸는 털실의 따뜻함이 더 와닿았다. 
 

&lt;국화&gt; 1958, 캔버스에 유채

도천 도상봉의 '국화'
1948년 '대한미술협회'의 창립멤버였으며, 구상회화의 발전과 한국적 아카데미즘의 원형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물화 하면 딱 생각나는 그 모양이다. 
약간 다른 점이 느껴졌다면 아래의 감과 사과는 음영이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국화의 꽃잎들은 세세하게 다 그리지 않고 약간의 음영만으로 그렸다는 점이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선이 아니라 면으로 표현한 느낌?
(사실 잘 모르겠다...)
 

&lt;여인좌상&gt; 1985, 캔버스에 유채

문학진의 '여인좌상'
해방 후 국내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1세대 화가이다.
당시 화단의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주관적인 시각으로 정물과 인물을 분해하여 기하학적으로 재구성하는 입체주의 기반의 반추상 회화를 그렸다. 
언뜻 보면 물감들이 이리저리로 번져서 지저분하게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엄청 세밀하게 그려서 자연스러운 번짐마저도 기법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조명 때문인지 여인의 오른쪽 머리위쪽이 살짝 반짝거리는데 그 부분이 엄청 고급스러워 보였다.
 

&lt;금붕어와 비둘기&gt; 1979, 캔버스에 유채

윤중식의 '금붕어와 비둘기'
고향에 대한 향수와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그려낸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림 위쪽의 어두운 시골 풍경과 대비되는 아래의 밝은 풍경의 비둘기들이 작가가 그리워하는 가족과 고향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님은 평양 출생으로 한국전쟁 때 가족을 잃고, 대구와 부산에서 활동했다는 설명을 보니
짝을 지어 놀고 있는 동물들이 왠지 씁쓸하고 아련하게 느껴졌다. 
 

&lt;구성&gt; 1970, 캔버스, 종이에 수묵채색

고암 이응노의 '구성'
동양화와 현대적 추상화의 결합을 이루어내며 화단의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화가이다. 
1980년대에 문자추상을 발전시킨 '군상'시리즈를 전개하였다. 
문자추상이 이런 것이구나. 
ㄱ, ㅁ, ㅂ, ㅊ 등이 보이는데 캘리그래피를 완전히 분해해서 합친 느낌이 들었다. 
굵기나 크기가 다양해서 그런지 통통 튀는 느낌도 들었다. 
 

산악도(7폭 연작) 1967, 패널, 캔버스에 유채

태형 김병기의 '산악도'
어릴 때 금강산에서 놀던 추억을 회상하며 그렸다고 한다.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그림들
금강산의 산맥을 표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 당시에 신나게 뛰놀던 아이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lt;집합 J00-171&gt; 2000, 한지에 혼합재료

전광영의 '집합 J00-171'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한지를 소재로 삼아 제작한 '집합'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글씨가 새겨진 고서를 접어 다채로운 색으로 날염하고, 이름 캔버스에 빼곡하게 배치하는 일련의 방법은 전통과 시간을 축적, 응축된 역사와 인간사를 집합적으로 화면에 표현하고 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조약돌처럼 보였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까 은근하게 다양한 색으로 염색되어 있는 종이여서 놀랐다. 
스티로폼 조각을 한지로 감싼 후에 매듭을 묶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위 사진의 그림자처럼 앞으로 튀어나온 입체적인 모양인 것도 신선했다. 
 

&lt;합장하는 사람&gt; 1986, 캔버스에 유채

청화 하인두의 '합장하는 사람'
서양적인 재료로 동양적인 정신을 표현하려는 그의 부단한 노력은 한국 고유 철학에 심취하면서 종교적인 개념을 추상 이미지로 구현하는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스테인드글라스럼 보이는데 물감이었던 점이 가장 신기했다. 
보통 이런 색들은 성당에서나 보는데 합장하는 손이 나오니까 완벽한 동서양의 조합이라고 느껴졌다. 
 

&lt;석기시대&gt; 1992, 천, 종이에 아크릴릭

고영훈의 '석기시대'
한국 극사실주의 회화의 선두주자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사물을 극도로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그려내 한국 구상미술의 대표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마치 석기시대의 역사를 전부 써놓은 역사서를 펼쳐놓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의문인 점은 위쪽에 한자로 "고산동역국기념사업회"라고 쓰여 있는 것 같은데 전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분명 의미가 있을 텐데...
 

&lt;억새꽃&gt; 2005, 캔버스에 아크릴릭

강요배의 '억새꽃'
제주도 출생인 그는 1989년부터 제주 4.3 사건과 관련된 연작을 제작하였으며, 1992년부터는 고향에 정착하여 제주의 생동하는 자연을 고유의 호방한 필치로 담아낸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이 그림도 제주의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꽃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보면 더욱 오묘한 에메랄드색 배경에 보름달이 떠있는 모습이 몽환적이라고 느껴졌다. 
 
 

2. 신화가 된 화가들

한국현대미술의 본격적인 기원의 정점에 있는 예술가 다섯 분 "김환기, 박수근, 유영국, 이중섭, 장욱진"의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 수화 김환기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수화 김환기는 동양적 직관과 서양적 논리를 결합하여 한국적 특성과 현대성을 겸비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1970년부터 74년까지 제작된 점화들은 화면 전면에 점이 수직과 수평으로 끝없이 이어가거나 활형의 곡선이 직선과 교차되거나 어우러져 있다. 
마치 캔버스의 올이 물들여 가는 듯이 번지는 기법은 오랜 서양화 기법의 연마 끝에 다다른 동양의 수묵적 느낌으로의 회귀성을 강하게 표출한다.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던 작품들은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글로만 설명을 해보자면,
<무제 19-VI-71 #206>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크기도 굉장히 컸지만 촘촘히 그려진 사각형들이 그라데이션처럼 짙어지거나 연해지는 것이 마치 일출 직전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무제 25-VII-69 #97>도 전시작품 중 하나였는데 물자국이 넓게 생길 정도로 굉장히 물을 많이 사용해서 그림을 그린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게 너무나도 의도적이어서 무슨 의미일지 굉장히 고민했는데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 대향 이중섭

초기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한 향토적인 주제를 다루었으나, 점차 가족과의 사랑과 이별 등 자신과 관련된 그림을 야수주의적인 기법으로 소화하여 독특한 표현적인 화풍을 이룩했다. 

&lt;현해탄&gt;, 1954, 종이에 유채, 연필, 크레파스

작품들 중 우리가 익히 아는 은박지에 그린 그림도 전시되어 있었지만 나는 이 그림이 가장 인상 깊었다. 
정말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슬픔과 그리움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 유영국

강렬한 원색과 기하학적 패턴의 면 분할, 구축적이고 절제된 구성을 특징으로 하는 유영국의 기하학적 추상화에는 장대한 자연의 숭고미가 응축되어 있다. 

이 작품의 주변에는 이중섭의 작품과 장욱진의 작품이 있었는데 비교적 작고 색이 많이 쓰이지 않은 그림 사이에서 크고 선명한 그림이 있으니까 계속해서 눈길이 갔다. 
 

  • 장욱진

나무, 새 등 주변의 자연물과 가족, 불교적 소재와 도가적 소재 등을 사용해서 작품을 그렸다.
특히 30호 미만의 작은 화면에 자유로운 형태와 경쾌한 색채로 순수하고 동화적이며 이상적인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평가받는다. 

이 그림들은 전체적으로 시골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귀여운 점을 하나 발견했는데, 모든 그림에 자그마한 검은 강아지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귀여운 강아지 때문인지 그림들을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었다. 
 

  • 박수근

그는 서민들의 소박하고 평범한 삶의 정경을 통상적인 명암법이나 원근법을 무시하고 집약되고 단순화된 선묘로 표현하여 독자적인 양식에 다다른다. 
특히 채색을 배제하고 회색톤을 주조로 하여 무수한 붓질의 반복을 이용한 화강암같은 재질은 한국의 전통 석조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질감으로 한국인의 서정적 정서를 양식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lt;노인&gt;, 1961, 캔버스에 유채

처음에는 너무 우둘투둘해보여서 돌을 긁어서 만든 것인줄 알았는데 캔버스라니 너무 놀라웠다. 
전체적으로 작품들의 색깔이 이런 연한 갈색인데 노이즈가 정말 많은 카메라로 인물을 찍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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